어느덧 세월이 11월 끝자락에 이르렀습니다.
올해 1월 1일에 출발한 본향교회가 일년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오늘은 모이면 즐겁기만 했던, 지난 몇 순간들을 되돌아 보려고 합니다.
예배 후에 2부 순서로 세 차례의 성경퀴즈 대회가 있었습니다.
*8월 13일에 <창세기> 성경퀴즈 대회가 있었습니다.
다섯 주일에 걸친 창세기 설교를 마치고, 이날 두 팀으로 나누어서 창세기 문제로 대결을 했습니다.
나름 순박한 진행에, 상품의 호응도 좋았습니다.
단체 시상에 이어, 미리 열심히 공부한 자매가 개인상을 받았습니다.
*9월 17일에 있었던 <마태복음> 퀴즈 대회는 한층 격상된 대회였습니다.
다양한 마태복음 문제에 더해서, 교회 생활을 막 시작한 이들을 위해 일반 퀴즈 문제도 상당수 곁들였습니다.
교우들은 성경 문제도 곧잘 맞추었을 뿐 아니라,
Richard Jakoby, Hermann Wilhelm Bödeker 등의 인물도 잘 맞췄습니다.
무려 두 시간동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초집중한 스펙터클 퀴즈 대잔치였습니다.
*그리고 10월 29일에 <출애굽기> 퀴즈 대회가 열렸습니다.
두 번을 경험해 본지라 대회를 앞두고 모두가 출애굽기를 집중 공부하는 분위기가 확산되었습니다.
따라서 대회를 기대하는 열기가 상당했습니다.
대회는 세 팀으로 나눠서 진행을 했는데, 출애굽기에 강한 팀은 뜻밖으로 일반 상식에 약했고,
그 반대로 성경에서 점수를 많이 못 딴 팀은 일반 문제에서 다량으로 득점을 했습니다.
결국 엇비슷한 점수에서 세 팀은 마지막 영화 제목 맞추기에 승부를 걸었습니다.
이렇게 전 교인이 숨을 멎은 채 한 순간의 영화 대사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승부가 뭐길래! 퀴즈가 뭐길래! 설교가 퀴즈처럼 이렇게 박진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습니다^^.
아무튼 성경 퀴즈 대회를 통해서, 성경의 한 책에 관심을 가지고 꼼꼼히 공부한 것이 큰 유익이었고,
교우들 개개인의 숨겨진 열정적인 면모를 서로 보고 알아가는 것이 상당히 즐거웠습니다.
10월 하순에는 저의 생일이 있었는데, 생일로는 처음으로 모든 교우들을 저의 집에 초대해서 함께 음식을 나누었습니다.
모든 교우들이 가족 같고, 늘 감사한 마음이 가득했기에, 그리고 이때만 해도 스무명이 채 되지 않았으니,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습니다.
목사로서 참 행복했고, 교인으로서 참 즐거웠던 특별한 시간이었습니다.
목사의 생일은 사실 중요한 것이 아니고, 목회를 하다보면 똑같은 생일날이어도 어느 해는 교회 일로 인해 오히려 마음이 무거운 날도 없잖아 있었습니다.
그런 슬픈 날은 빨리 잊고, 이런 기쁜 날은 오래 기억할 일이겠지요.
10월 30일에는 청년들끼리 10여명이 Heidepark로 놀러 갔다 왔습니다. 준비와 의논에 크게 복잡할 것 없이, 자발적으로 도시락을 사서 하루를 가득 채워 즐겁게 보낸 것 같습니다(저희 부부는 목회자 모임이 있어서 합류하지는 못했습니다). 이런 일을 보면서, 똑 같은 소풍이라도 단체나 그룹의 몸집이 작을 때 얼마나 기민하고 심플하게 움직일 수 있는지를 보게 됩니다. 작은 몸이 역동적입니다. 물론 작다고 저절로 다 한마음 한뜻이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작은 몸이 역동적일 때 살아있고 아름다운 모임임에 틀림없습니다.
청년 가운데 요리 잘 하는 청년이 더러 있는데, 한 청년이 단톡방에다가 자기가 만든 먹음직스런 치킨을 보여준 것이 계기가 되어, 결국 대부분의 교인들이 함께 모여 치킨 파티를 하였습니다. 그것이 이틀 전 금요일이었습니다. 넓은 곳으로 이사한 교우는 집을 오픈하고, 요리사의 인도하에 십수명이 먹을 다양한 치킨 요리를 준비했습니다. 음료수와 과일과 직접 구워온 케익도 나왔습니다. 제가 먹어 본 기억으로 이만큼 완벽한 치킨 맛은 없었습니다. 잘 먹고 나서, (저는 먼저 귀가 했는데) 모두가 네 팀으로 나눠서 윷놀이를 했답니다. 맘껏 먹고 맘껏 웃고 맘껏 마음을 나눈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언제나 혼자인 것 같은 외롭고 답답한 유학지에서 서로 마음을 나누고, 서로 의지하고 격려하는 젊은이들을 보니 마음이 뜨거워집니다.
이 은혜와 이 축복이 감사할 뿐입니다.
곧 성탄절이 다가오고, 송년이 다가옵니다. 모여서 함께 예배하고, 함께 먹고 웃을 기회가 많습니다.
교회의 몸집이 조금씩 커짐에 따라서 생각할 것도 좀 더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마음가짐과 자세는 움직이기 쉬운 작은 몸으로 머물러 있기를 원합니다.
앞으로 필요한 의자 수가 더 많아지더라도, 부디 지금의 순수하고 정겨운 모습을 잘 유지하면서 힘차게 지내기를 소망합니다.
2017년 11월 26일.
손창근 목사